동아시아 근대사상론

동아시아 세계에서 주자학의 모순이 총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17세기 무렵부터 서구의 제국주의적, 계몽주의적 근대가 동아시아를 석권하기 시작한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사상의 전개를 더듬어나가는 책이다.

근대 동아시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기거나, 근대로의 방향 전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의 사유 및 그 사유가 형성되는 배경, 나아가 그런 사유의 긍정 부정의 양면을 검토함으로써 이 책은 근대 동아시아에서 근대적 사유가 형성되어가는 전체 과정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나간다.

이 책에서 언급된 인물들―방이지, 오규 소라이, 청유(淸儒)와 다산, 양무파 지식인들, 후쿠자와 유키치, 량수밍, 펑유란, 꾸지에캉, 리쩌허우―은 하나같이 동아시아의 근대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고, 그 근대를 넘어선 미래를 구상하기 위해 분투했던 최고 수준의 지성인들이었다.

한문과 한자어를 사용하여 새로운 사상을 수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미래를 구상하는 그들의 고뇌는 여전히 우리의 고뇌이고, 우리는 그들과 연장선상에 서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상가들로 동아시아 근대 사상의 전개라는 그림 전체가 완성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은 근대 사상의 조감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밑그림으로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차례

책을 펴내며

서장_사상사의 ‘근대’ 논의: 동아시아 유학 연구 방법의 반성

제1부 주자학 극복의 길

1장_명말청초의 ‘실학’과 ‘서학’: 방이지 사상의 탈주자학적 지향
2장_에도 유학에서 반주자학적 사유: 오규 소라이의 ‘도’ 이해와 성인론
3장_동아시아 유학의 지평에서 본 예 인식: 청유와 다산의 ‘위인후’ 해석

제2부 사상의 근대, 근대의 모색

4장_근대 중국 지식인의 서양 문화 수용 논리: ‘중체서용’ 문화론의 형성
5장_문명론을 거쳐 탈아론으로: 후쿠자와 유키치의 아시아 인식
6장_유교 비판과 전통 계승: 『신청년』과 량수밍을 중심으로
7장_근대 중국 사상가의 종교 담론: 량수밍의 종교론
8장_유학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유가 철학의 시도: 평유란 ‘신이학’의 구상
9장_고사(신화) 비판을 통한 유교 전통의 해체: 꾸지에캉의 신화 연구
10장_중국 현대화의 철학적 반성: 리쩌허우의 학문과 사상

맺는말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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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에게 근대란 무엇인가

오늘날 우리에게 근대는 넘어서야 할 과제인 동시에 이루어야 할 목표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적 합리주의의 긍정적 측면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우리는 진정한 근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동시에 오늘 우리가 경험하는 근대에 대한 의구심도 떨쳐내기 힘들다. 그렇다고 눈을 부릅뜨고 근대적 억압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매도하는 데에만 온 힘을 쏟는 근대 비판의 구호에도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근대를 향해 탈근대(그것이 근대의 극복인지, 아니면 근대의 완성인지는 아직 모른다)로 나아가는 이 마당에, 아직 소아병적 근대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현실은 우리의 숨통을 죄어들며 우리의 삶을 규정해온 근대의 의미, 그것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촉구한다. 근대를 넘어서 탈근대로 나아가는 도정에서 맞닥뜨린 세계적 위기의 진정한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 시점에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근대를 포기하고 다른 길로 나아가야 하는가? 세계 경제의 위기가 곧 근대의 위기이니, 얌전하게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가? 그러나 우리가 되돌아가야 할 고향은 어디인가?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길을 가야 하는가?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도대체 무엇인가? 근대를 반성하고, 그것의 가능성과 한계를 되묻고, 새로운 선택지를 찾아내는 일은 사실 인문학에게 부여된 과제 그 자체다. 그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유치한 근대주의를 벗어나, 동시에 일방적인 근대 비판도 벗어나,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의 근대가 형성되어온 과정을 검토해야 한다. 그런 검토 위에서, 우리의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동아시아 근대사상론의 밑그림을 그리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동아시아에서 근대사상이 형성되어가는 긴 역정, 즉 동아시아 세계에서 주자학의 모순이 총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17세기 무렵부터 서구의 제국주의적, 계몽주의적 근대가 동아시아를 석권하기 시작한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사상의 전개를 더듬어나간다. 근대 동아시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기거나, 근대로의 방향 전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의 사유 및 그 사유가 형성되는 배경, 나아가 그런 사유의 긍정 부정의 양면을 검토함으로써 이 책은 근대 동아시아에서 근대적 사유가 형성되어가는 전체 과정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나가려는 것이다.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획득된 근대

동아시아의 근대는 서양 문명과의 접촉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 접촉에서 동아시아가 아무런 적극적인 역할을 못했다거나, 서양 문명의 일방적 영향만으로 동아시아의 근대가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서양과의 접촉 이전부터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그들의 세계와 그들의 삶을 지배하던 강고한 이데올로기였던 주자학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경주했다. 주자학 벗어나기의 노력은, 주자학으로부터의 탈피라기보다는 주자학을 더욱 높은 차원에서 완성하려는 지적 탐색, 정신적 투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것은 탈근대를 지향하는 기도(企圖)가 근대의 완성을 목표로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하는 역설적 사태와 닮았다. 양명학의 경우, 분명 그런 이중적이고 양가적인 모습이 보인다. 동아시아적 근대를 향한 거대한 정신적 프로젝트라고 평가되는 소위 실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실학은 탈주자학적인가, 아니면 주자학의 문제점을 극복하여 주자학적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인가? 이 책의 저자는 ‘동아시아의 근대’는 주자학, 양명학, 실학의 사상적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한다.
서양의 영향을 받기 이전부터 주자학을 벗어나거나, 주자학의 극복이자 완성인 양명학을 벗어나려는 사상적 시도는 널리 존재하고 있었다. 주자학의 엄격주의와 정신적 속박에 의한 영혼의 질곡을 벗어나려는 민중의 다양한 요구가 분출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왕조 국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모순, 민중의 생활의 요청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봉건 지배의 모순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저항이 분출되고 있었고, 억압당하는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로부터 제기되는 복잡다기한 저항적 행동 양상들도 사회 도처에서 터져 나온다. 주자학에 의해 극도로 강화된 유교적 예 질서를 뿌리에서부터 부정하는 사상가도 등장했고, 명 중엽 이후부터 탈예교적(脫禮敎的) 현상들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근대 직전 동아시아 세계에서 보편 현상으로 분출된 주자학 벗어나기의 시도들은 새롭게 다가올 시대에 대한 준비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는 그 새로운 시대가 어떤 것일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동아시아 세계에 다가온 초기의 서학은 엄청난 자극과 충격을 던지면서 지식인과 민중 모두를 사로잡았다. 그 서학의 신선함은 문화의 새로운 방향 모색을 충동질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초기 서학은 거대한 동아시아의 문화 전통을 송두리째 뒤흔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여, 한마디로 중세적 봉건 질서라고 말할 수 있는 주자학적 세계에 대한 저항이 동아시아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근대적 세계’가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근대적 삶의 방식, 근대적 세계관은 그 이전의 것과 근본적 단절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동아시아의 근대는 그 이전의 세계와의 단절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적 연속성이 일거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의 단절과 연속성은 반드시 상호 배척적인 것은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동아시아적 근대의 중심 요소는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획득된 것이지만, 과거에 축적해온 사유 방식과 행동 양식에 근거하여 새롭게 창조한 것이기도 하다. 한 개인도 그렇지만, 하나의 문화 역시 단절과 연속의 상호 역학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진다. 그 경우, 단절이 더 중요한지 연속이 더 중요한지 단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이 책의 저자는 근대의 형성이라는 전환점을 바라보며, 연속보다는 단절을 더 강조함으로써 동아시아 문명의 유구한 전통과 문화적 연속성을 강조하는 안이한 동양 중심주의, 혹은 동양적 향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동아시아의 근대 형성에 전통적 문화 자산, 전통적 사유의 양식이 전혀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철 지난 동양적 향수병보다 더 정도가 심각한 역사적 시각의 혼돈이고 치유할 수 없는 오류일 수 있다.

근대적 삶 안에서 근대를 넘어서기 위하여

오늘날 미국 중심의 세계 지배에 편승하는 것이 미완의 근대를 넘어서서 진정한 근대의 완성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순진한 ‘근대화주의’가 세상을 횡횡하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그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단편적인 ‘탈근대주의’ 또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근대의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토론하고 점검하는 대화적 이성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상, 그 두 주장은 충돌하고, 답 없는 메아리를 울리며 자기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근대는 우리의 삶을 달콤하게 만드는 유토피아도 아니고, 또 만악(萬惡)의 근원일 수도 없다. 비록 우리의 근대는 우리가 스스로 원해서 창조해낸 것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이미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삶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이제 다시 차분하게 우리에게 근대란 과연 진정으로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는 막연히 근대를 지향했고, 근대가 유토피아의 꿈으로 작동하던 기억이 새롭다. 근대는 신비의 오라를 띠며, 모든 역사 평가의 기준이 되었던 것이 어제의 일 같다. 그러다 갑자기 근대는 무조건적인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근대를 이해하는 일은 단순히 찬반의 의견을 발표하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중차대한 과제다. 근대적 삶 안에서 그 근대를 넘어서야 하는 우리는 어디서 출발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곰곰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근대 사상의 조감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밑그림

이 책에서 언급된 인물들―방이지, 오규 소라이, 청유(淸儒)와 다산, 양무파 지식인들, 후쿠자와 유키치, 량수밍, 펑유란, 꾸지에캉, 리쩌허우―은 하나같이 동아시아의 근대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고, 그 근대를 넘어선 미래를 구상하기 위해 분투했던 최고 수준의 지성인들이었다. 지금 보면 때로 나이브한 근대주의에 사로잡힌 그들의 한계를 발견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그들의 사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한문과 한자어를 사용하여 새로운 사상을 수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미래를 구상하는 그들의 고뇌는 여전히 우리의 고뇌이고, 우리는 그들과 연장선상에 서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사상적 업적은 우리의 사유를 위한 자산이고, 우리가 구성하려는 미래의 시금석이고, 마땅히 그렇게 평가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상가들로 동아시아 근대 사상의 전개라는 그림 전체가 완성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은 근대 사상의 조감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밑그림으로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이용주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주요 저서로 『주희의 문화이데올로기』, 『생명과 불사 ─ 포박자 갈홍의 도교사상』, 『동아시아 근대사상론』, 『죽음의 정치학 ─ 유교의 죽음 이해』 등이 있으며, 역서로 『세계종교사상사 1』, 『중세사상사』 등이 있다.

 

  • 부제 : '전통'의 해석과 창조
    저자 : 이용주

  • 판형 : 153*225mm
    장정 : 무선
    면수 : 400쪽
    발행일 : 2009년 3월 30일
    가격 : 28,000원
    ISBN : 97889614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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