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을 넘어서

인류학의 고고학을 밝힘으로써 지금까지 인류학이 서구의 자기 정체성과 전통을 확립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해왔다는 것을 밝혀내는 중요한 저작이다. 서구 인류학 내부로부터 시작된 역사적이고 비판적인 자기 이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서구 중심적으로 전개되어온 인류학을 반성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서구 중심주의적 타자성을 이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이분법과 타자성에 대해서도 반성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차례

서문
서론

I. 르네상스의 타자
괴물과 지리학
타자는 지옥을 현현한다
잠재적인 기독교인으로서의 타자
명명과 세례
그리스인과 야만인: 고대 세계의 재발견과 신세계의 발견
황금과 향신료 그리고 타자
코페르니쿠스와 콜럼버스: 공간의 변형
지리학적·천문학적 발견
비평으로서의 천문학과 우주론
타자의 얼굴들
공간의 동질성

II. 계몽주의의 타자
로빈슨 크루소와 타자
기독교, 종교 그리고 인류학
예언과 예측: 성경의 지위
이교의 기원
고대인과 타자

III. 19세기의 타자
윌리엄 페티의 창조물의 등급
지질학, 진화 그리고 인류학
차이가 역사성을 획득하다
발전의 단계
시간 여행
자연 또는 문화
시간 또는 자연

결론
여행과 문화
민족지와 문화
나가며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책소개

서구 유럽이 외부의 타자를 이해하고 규정해온 방식을 규명하다

서구 중심적인 인류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책은 서구 유럽인이 유럽 밖 타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규정해왔는가를 시대에 따라 규명함으로써 궁극적으로 19세기 무렵 등장한 인류학이라는 학문의 토대와 기원, 즉 “인류학의 고고학”을 추적한다. 유럽인이 외부의 타자를 이해하는 방식은 유럽인의 자기 이해를 드러내고, 유럽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방식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에서 다루려고 시도하는 인류학의 역사는 타자와 관련해 유럽인에게 끊임없이 닥친 정체성의 위기에 대한 역사가 된다.

유럽인의 눈에 비친 타자성을 직접적이고 핵심적으로 전달하다

주체와 타자의 이분법을 넘어서 타자를 비어 있는 것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서구 유럽이 타자에 투영한 관념에 대해 정확하게 자각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유럽 밖 타자를 인류학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유럽인이 타자를 바라보는 방식을 둘러싼 역사, 즉 서구 인류학을 인류학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 책은 이질적 타자를 둘러싼 세계를 만들고 구성해온 서구 유럽인의 구체적인 기술들에 주목하며, 인류학이 등장하지 않았던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시대에 이루어진 비유럽인 타자의 기괴함과 이질성에 대한 담론을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시대의 문헌을 인용한다.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넘어서 콜럼버스와 마젤란의 항해에 대한 기록부터 다니엘 디포, 조셉 콘래드, 허먼 멜빌의 소설까지 방대하게 다루는 이 책은 문헌들에 생생하게 녹아 있는 유럽인의 눈에 비친 타자성을 직접적이고도 핵심적으로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서구 중심주의적 타자성을 이해하고 반성하게 하다

이 책은 인류학의 고고학을 밝힘으로써 지금까지 인류학이 서구의 자기 정체성과 전통을 확립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해왔다는 것을 밝혀내는 중요한 저작이다. 서구 인류학 내부로부터 시작된 역사적이고 비판적인 자기 이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서구 중심적으로 전개되어온 인류학을 반성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서구 중심주의적 타자성을 이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이분법과 타자성에 대해서도 반성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르네상스의 타자

15세기 후반에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신대륙을 발견하게 되면서 유럽인은 이전까지 마주친 이방인들과는 현격히 다른, 즉 문명과는 거리가 먼 야만인인 신세계인들과 마주치게 된다. 이들의 행위는 미개하고 악마적인 것으로 이해되었고, 그들이 존재하는 세계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기독교화를 구축할 빈 캔버스”로 여겨졌다. 따라서 이러한 타자들에게 유럽인이 가장 시급히 해야 했던 일은 우상숭배와 악마적 관습을 지닌 이들을 개종시켜 기독교 세계의 내부로 편입시키는 것이었다.

한편 르네상스 시대에 일어난 두 가지 패러다임 혁명은 서구 사상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데, 하나는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태양중심설”로 촉발된 천문학의 패러다임 혁명이고, 다른 하나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으로 시작된 지리학의 패러다임 혁명이다. 이러한 혁명들은 우주의 중심을 지구로, 지구의 중심을 예루살렘으로 이해한 그때까지의 공간적 개념을 무한히 확장하였고,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왔다. 코페르니쿠스와 콜럼버스 이후로 전개된 16-17세기의 지리학 및 천문학 담론은 중세의 신학적 우주론에 대해 비판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기독교적 세계관에 불안을 초래했다. 유럽인이 이방인을 악마로 인식했던 초기 르네상스와 달리 17세기에 접어들자 새롭게 발견된 공간에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존재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났다.

계몽주의의 타자

계몽주의의 타자는 처음에는 기독교라는 종교적 인식 안에서 등장한다. 이 책에서는 로빈슨 크루소의 식인종 타자 ‘프라이데이’를 예로 드는데, ‘프라이데이’로 대표되는 야만인들은 이전처럼 악마적 타자가 아니라 오류를 드러내는 무지한 존재, 즉 합리화된 기독교주의를 통해 교육시키고 계몽시켜야 할 타자로 등장한다. 하지만 계몽주의 시대가 무르익어가며 기독교가 유개념의 지위와 비가시적인 절대적 세계의 척도로서의 지위를 내려놓고 “종교”가 새로운 유개념으로 등장하면서 이 모든 것은 변한다. 종교는 “인류학적인” 것이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고대인과 연관되어 이해되던 비유럽의 야만인은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러서 고대인을 재현하는 지위와 가치를 획득한다. 이렇게 과거의 이방인과 당대의 이방인의 유사점을 인식하게 된 데에는 기독교의 신이 아닌 거짓된 신을 만들고 숭배하는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있었다. 계몽주의 지식 체계에 따르면 그것은 그들 스스로가 자각하지 못하는 그들의 무지 때문이었다. 아직까지 인류학은 등장하지 않았고 계몽주의 시대의 인류학은 그저 타자 ― 고대 그리스인과 당대의 비유럽인 ― 의 신화와 종교를 무지와 오류의 소산으로 보는 오류의 심리학이었다.

19세기의 타자

르네상스 시대에 공간의 변형이 일어났다면 19세기에는 시간에 있어서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질학이라는 학문의 등장으로 인해 지구의 나이는 무한대로 확장되었고, 지질학적 시간에 의해 열린 공간에서 다윈은 극히 작고 연속적인 변이가 총체적이고 가시적인 차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진화론을 주창한다. 지질학과 다윈주의의 영향으로 19세기에 에드워드 타일러는 인류학이라는 학문을 구축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근대 인류학의 성립에 필수 불가결한 ‘선사’라는 개념이 가능해진 것이다. 19세기 인류학은 초창기 인간의 기원에 관심을 가지며, 비유럽인 타자들을 선사시대부터 동시대까지의 시간 선상에 문명이 발전한 정도에 따라 계층화시키고 분류했다. 이제 타자의 차이는 악마적인 것 또는 무지와 미몽의 결과가 아니라 역사적 진화의 차이, 즉 발전의 단계에 있어서의 차이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타일러의 인류학을 포함한 당시의 인류학은 당대의 비유럽인인 이질적 타자를 유럽인의 조상이 거쳐온 발전의 단계를 재현하는 존재로 여겼기 때문에 주목한 것이다. 외부의 타자에 대한 조직적 논법으로서의 인류학의 실질적인 주제는 타자의 문화가 아니라 바로 서구 자신의 문화이며 실질적인 목적은 서구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구 중심 인류학에서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촉구한다

이 책은 단순히 르네상스, 계몽주의, 19세기에 따라 시대별로 타자를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에 주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러한 인식의 변화를 이끈 토대를 분명히 규명하려 한다. 타자를 악마적인 것으로 이해하던 르네상스의 우주론에서 타자를 무지의 소산으로 본 계몽주의의 지식 체계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천문학과 지리학에서의 패러다임 혁명에 따른 공간의 확장 때문이었다. 그리고 19세기에 등장한 인류학이 비유럽인 타자를 아직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원시인으로 이해한 것은 지질학으로 인한 시간의 확장 때문이었다. 이제 현대의 인류학은 타자의 차이를 “문화의 차이”로 이해하는 상대주의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 책은 서구 인류학이 타자를 그저 “문화적으로 다른 것”으로 보는 것은 민주적인 외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인류학이 서구 전통의 핵심으로 인식되어온 역사를 밝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류학 자신을 넘어서야 함을 역설하며, 그 토대를 제공한다.

저자소개

저자 : 버나드 맥그레인

콜비대학교, 쿠에스타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피처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채프먼대학교 윌킨슨 예술·인문·사회대학 사회학과 교수로서 사회학, 철학, 인류학, 지식사 등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한다. 공저로는 Watching Television Is Not Required: Toward Media Mindfulness and Enlightenment TV (Routledge, 2008), This Book Is Not Required: An Emotional Survival Manual for Students(Sage Publication’s Pine Forge Press, 2005) 등이 있다.

역자 : 안경주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했고, 시러큐스대학교에서 인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러큐스대학교와 로체스터공과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쳤고, 경북대학교, 전남대학교, 충남대학교 등에서 문화인류학, 여성학, 문화 융복합에 관한 강의와 연구를 진행해왔다. 현재 경북대학교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단 (CORE)에서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저로 South Korea’s Education Exodus — The Life and Times of Study Abroad (University of Washington Press, 2015)가 있다.

 

  • 부제 : 사회와 타자
    저자 : 버나드 맥그레인
    역자 : 안경주

  • 판형 : 145*210mm
    장정 : 무선
    면수 : 252쪽
    발행일 : 2018년 9월 10일
    가격 : 16,000원
    ISBN : 9788961473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