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잡기

<자리 잡기>는 인간에 대한 물음과 종교학적 탐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조너선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자리에 대한 인간의 인식과 의례의 관계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다.

종교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성스러운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속된 공간으로부터 성스러운 공간을 구별해내어, 그곳을 삶의 의미의 중심으로 삼는다는 엘리아데의 설명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간에 대한 인간의 의미 부여는 삶에 필수 불가결한 측면이지만, 그것이 낭만적인 색깔로만 칠해져서는 곤란하다.

이 책은 중심의 상징은 아름다운 상징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권력에 의해 그려진 이데올로기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종교학 이론에 대한 스미스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런 점을 바탕으로 한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바빌로니아 사원 텍스트, 위네바고족의 부족 세계관 등은 종전의 연구에서라면 우주의 질서를 보여주는 세계관으로 언급되었을만한 자료들이다. 그러나 스미스는 이들 세계관이 보여주는 ‘깔끔함’은 치자(治者)의 권력의 언어로 이루어진 것임을 지적한다.

 

차례

서문
감사의 글

제1장 자리를 찾아
제2장 아버지 자리
제3장 제자리에 놓기
제4장 자리 옮기기
제5장 자리 잡기

옮긴이의 인명 및 용어 설명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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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현대 종교학계의 큰 별, 조너선 스미스

종교학이라는 학문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학과로서 정착하게 된 데에는 엘리아데라는 큰 학자의 덕이 크다. 그가 타계한 지 한 세대가 되어가는 지금, 엘리아데의 지적 울타리 안에 있는 대다수의 종교학 연구자들은 어떤 의미에서든 엘리아데의 ‘자식들’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 엘리아데의 자식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엘리아데의 지적인 유산을 어떻게 계승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후기구조주의가 풍미하는 지금의 학계에서, 엘리아데가 제시한 큰 꿈은 유지하기 힘든 거대 담론으로 비추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엘리아데의 큰 꿈을 고스란히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엘리아데 학문의 정치적인 맥락을 비판하면서 그것을 과거에나 가능했던 한때의 꿈으로 간주하고 독자적인 길을 걷기도 한다.
이 책, 『자리 잡기』를 통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조너선 스미스는 현대 학문의 엄밀한 수준 위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엘리아데의 학문적 기획을 이어나가는 작업들을 해오며, 엘리아데의 ‘자식들’ 중에서도 단연 우뚝 선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엄밀한 학문적 기준 위에 설 때 종교학의 “비교” 작업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들을 제시하였는데, 이것은 엘리아데의 비교 작업을 비판하는 것인 동시에 엘리아데의 기획을 현재 학문적 논의에서 어떻게 계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많은 동료 학자들의 열광적인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학자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스미스의 작업을 현대적인 유형의 엘리아데의 계승으로 읽기도 하고, 혹은 엘리아데를 ‘해체’하는 과격한 비평으로 읽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거의 모든 학자가 스미스의 저작을 읽고 그가 제시하는 종교학의 쟁점에 관해서 논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너선 스미스는 엘리아데 이후 ‘종교학하기’의 모범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현재 종교학의 이론적 논의를 선도하는 가장 중요한 학자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엘리아데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 정도로 스미스를 소개하는 것은 그의 방대한 학문 세계의 일부분만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그는 인간에 대한 관심, 즉 인문주의의 맥락 안에 종교 연구를 위치시켜온 학자이다. 그는 종교가 인간이 알 수 없는 그 무엇이라기보다는 흥미로운 인간 현상이라고 본다. 그는 인문학의 폭넓은 논의와 종교학의 전문적인 자료들을 결합시키면서, 종교를 통한 인간 탐구가 얼마나 흥미로운 작업인지를 꾸준히 보여주었다. 어떤 한 이론을 제시하면서 “현실은 흥미로워야 할 필요가 없을지 몰라도, 가정은 그렇지 않다.”라는 보르헤스의 이야기를 인용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지적 흥미를 일깨우는 주제들을 자유로이 탐구하면서 새롭게 종교학하기의 영역을 넓혀가는 학자이다.

『자리 잡기』, 의례 이론을 향한 중요한 진전

조너선 스미스는 지금까지 다섯 권의 종교학 저서를 내놓았는데, 내는 책마다 “보석 같은 책”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그중에서도 『자리 잡기』는 인간에 대한 물음과 종교학적 탐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그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자리에 대한 인간의 인식과 의례의 관계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다. 이 책은 그의 활동 중반기인 1987년에 나온 책으로, 출판된 지 20년이 조금 지났지만 이미 종교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미국종교학회에서는 2008년에 『자리 잡기』 출판 21년을 기념하는 리뷰 심포지엄을 열었는데, 여기서 한 참가자는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렸다. “『자리 잡기』는 자리와 의례 사이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근본적인 전환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지난 반세기 종교학에서 가장 중요한 책으로 꼽힐 수 있다.”

자리를 잡는 종교적 인간에 대한 냉철한 분석

종교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성스러운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속된 공간으로부터 성스러운 공간을 구별해내어, 그곳을 삶의 의미의 중심으로 삼는다는 엘리아데의 설명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간에 대한 인간의 의미 부여는 삶에 필수 불가결한 측면이지만, 그것이 낭만적인 색깔로만 칠해져서는 곤란하다. 이 책은 중심의 상징은 아름다운 상징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권력에 의해 그려진 이데올로기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우리는 몇 년 전에 성문헌법에 의거해서 행정 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판결이 내려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우리 안에 서울이라는 ‘중심’이 존재하며, 서울 나머지 지역을 ‘시골’로 주변화시키는 세계관이 존재함을 인식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세계를 질서정연하게 정리해주는 중심 상징의 아름다움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서울의 중심 상징은 부동산과 교육으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정치경제적인 삶 전반에 얽혀 있는 복잡한 권력의 문제인 것이다. 종교학 이론에 대한 스미스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런 점을 바탕으로 한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바빌로니아 사원 텍스트, 위네바고족의 부족 세계관 등은 종전의 연구에서라면 우주의 질서를 보여주는 세계관으로 언급되었을만한 자료들이다. 그러나 스미스는 이들 세계관이 보여주는 ‘깔끔함’은 치자(治者)의 권력의 언어로 이루어진 것임을 지적한다. 피치자(被治者)의 현실과의 관계에서는 세계가 그렇게 깔끔하게 그려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성서 중에서도 난해한 예언서로 취급되는 「에스겔서」에서 권력의 이데올로기를 읽어내는 작업에서 절정에 달한다. 그는 이 에스겔의 환상에서 묘사되는 도시와 사원을 정밀하게 분석하면서, 그 사원이 당시 제사장들이 추구한 권력의 공간 배치를 형상화한 꿈의 사원임을 성공적으로 제시한다.

자리와 의례의 관계에 대한 참신한 문제 제기

자리에 대한 인간의 이해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것, 그 사회적인 의미는 권력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 권력에 의해 구성된 자리의 이미지는 이데올로기적인 것이어서 현실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한 후, 스미스의 논의는 자리와 의례의 관계라는, 종교학 이론에서 거의 다루어진 적이 없는 참신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 관계를 읽어내기 위해서 스미스는 프랑스 사회학파와 구조주의적인 이론 틀에 의존한다. 그는 의례 내의 자리들 간에는 구조주의적인 관계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부제에 나오는 “의례 내의 이론”은 바로 의례 내에 존재하는 체계성, 언어적인 구조를 가리킨다. 의례의 자리들 간에 맺어진 체계성은 “옮겨질 수 있는 것”이 되고, 다른 말로는 “번역할 수 있는 것”이 된다. 이러한 구조주의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그는 종교사에 대한 기발한 해석을 제시한다. 그것은 예루살렘 성지의 체계라는 공간적 구조가 기독교 전례의 교회력이라는 시간적인 구조로 “번역”되었다는 것이다. 기독교인들과 유대인들이 현실적으로 예루살렘이라는 성스러운 공간에 접근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예루살렘 내에 존재하던 체계성을 “옮겨 오는” 의례적 해결책을 모색하였다. 그 결과 유대교에서는 미슈나라는 규범의 체계가, 기독교에서는 교회력이라는 시간적 체계가 발달했다는 것이 스미스의 주장이다.

우상화를 넘어 적극적 평가의 계기로

조너선 스미스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종교학이라는 작은 학문 세계에서만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그 안에서 그의 지적인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우리나라 종교학계에 그가 소개된 지 10여 년 정도 되었지만 종교 연구자들 사이에서 그는 새로운 경향의 종교학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구 이론에 의해 거의 좌지우지되는 우리의 학술 영역에서 그에 대한 존중은 이미 도를 넘은 듯 보이는데, 조너선 스미스라는 이름은 이제 “종교학적인” 학위논문에는 거의 의무적으로 인용될 정도로 우상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자리 잡기』의 출간은 그에 대한 남들의 평가, 그에 대한 소문에서 벗어나 그의 학문 세계를 직접 겪고 평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미스의 연구뿐만 아니라 엘리아데 사후 서구의 종교학계가 이루어낸 여러 성과가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평가받는 계기도 마련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미스는 이제 우상화의 대상이 아니라 본격적인 탐구의 대상으로 우리 곁을 맴도는 지적 대화의 상대자가 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조너선 스미스(Jonathan Z.Smith)

1975년부터 시카고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금까지 현대 종교학의 흐름을 주도하는 통찰력 넘치는 글들을 발표해왔다. 『지도는 지형이 아니다Map is not Territory』(1978), 『종교 상상하기Imagining Religion』 (1982), 『자리 잡기To Take Place』 (1987), 『신에 관한 고역Drudgery Divine』 (1990), 『종교 관련짓기Relating Religion』 (2004) 등의 그의 저서들은 종교학도들의 필독서인 동시에 광범위한 분야에 통찰력을 던져준 책이다. 그는 엘리아데 후속 세대의 종교학자들에게 ‘종교학하기’의 한 전형을 제시한 학자로 꼽힌다.

역자 : 방원일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초기 개신교 선교사의 한국 종교 이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와 한신대학교에서 한국 기독교, 세계종교, 원시종교, 종교와 영화 등을 강의하고 있다. 논문으로 「한국 크리스마스 전사 前史, 1884~1945」, 「페티시즘: 개념의 역사와 선교지 한국에서의 의미」, 「원시종교 이론에 나타난 인간과 동물의 관계」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자리 잡기』, 『진짜 예수는 일어나 주시겠습니까』(공역)가 있다.

 

  • 부제 : 의례 내의 이론을 찾아서
    저자 : 조너선 스미스
    역자 : 방원일

  • 판형 : 148*225mm
    장정 : 무선
    면수 : 282쪽
    발행일 : 2009년 5월 15일
    가격 : 16,000원
    ISBN : 978896147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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